(부경일보) 손연우 기자=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철학으로 운영 중인 청와대의 직접소통의 場 ‘국민청원’.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국민소통플랫폼’의 일환으로 신설됐다. 30일 동안 20만 이상 국민의 목소리가 모이면 관계부처가 답한다.

국민청원이 불의에 힘을 모으고 위법에 대한 정의구현에 일조한다는 점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제도다. 청와대가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민심을 헤아리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점 또한 칭찬할 만하다. 우리나라 국민은 누구나 청원할 수 있고, 그에 관계부처는 성실히 답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권리를 남용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주어진 권리가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누군가를 단죄할 수 있는 권력은 아님에도 선한의지에서 시작된 이 제도의 최근 이면을 들여다보면 참담하다. 최근 국민청원 게시판에 조작한 게시글을 올린 자가 공무집행 방해로 입건 된 바 있다.

거짓으로 자신의 동생이 또래 친구들에게 ‘묻지마 폭행’을 당했다면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한다는 글을 게시한 것. ‘강력한 처벌’에 찬성하는 청원참여자는 열흘 만에 10만 명이 넘어섰다. 그러나 경찰에 따르면 게시자는 소년법폐지에 대해 관심을 끌기 위해 가공의 사실을 게시했다.

국민청원 게시판이 이미 제기능을 상실함을 넘어서 심각한 범죄의 통로가 된 경우다. 한편 최근 자유한국당 정당해체 국민청원 참여인원이 180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당해산청원도 33만 명을 넘었다. 해당 청원 참여자들에게 묻고싶다.

소위 말하는 당이 싫은 것인가, 소속의원이 싫은 것인가... 개인의 취향에 반하는 당이 싫을 수도, 소속된 특정인이 싫을 수도 있다. 만약 후자라면 해당청원이 ‘나름의 청치적 철학과 신념에 의해 사명감을 가지고 가는 자들까지 도매금으로 넘겨지는 것은 아닌가’를 생각하게 된다.

경제가 어렵고 살기 힘들다는 곡성이 곳곳에서 들린다. 그 어느 때보다 국민의 힘과 뜻을 모아야 하는 지금, 국민청원이 증오생산과 여론조작의 場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국민청원 게시판이 국민의 권리를 찾고 위법함을 바로 잡는 순기능보다 ‘증오의 게시판’이 돼 ‘국민분열’에 앞장선다면 다시 생각해 봐야할 문제다.

이는 국민화합과 나라발전을 저해하는 ‘악의고리’가 될 수 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한다. 국민청원게시판. 정쟁공간이 아닌 순수한 국민소통 수단으로의 회복이 이뤄지길 바란다.

더불어 누구나 자유롭게 올릴 수 있는 청원권으로 사람을 심판하고 비관용적인 태도로 국민갈등을 야기시키고 있음은 아닌지 깊이 들여다보고, ‘보다나은 나라’건립에 기여하는 민주정치의 한 맥이 되길 바란다.

손연우 기자  newspitc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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